박치기 (バツチギ)

드라마 1리터의 눈물(1リットルの涙)을 보고 감동받아서, 관련된 정보를 검색하다가 사와지리 에리카(沢尻エリカ)의 수영복사진들을 몇 장 보게됐는데, 그 중에서 치마저고리 사진이 눈에 띄었다.
어?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도 출연 했던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찾아 보다가, 이 영화 "박치기"를 알게 되었다.

조금 특이하게도, 일본 영화지만 "バツチギ-박치기"가 원래 제목이다. (일본어 그대로 읽으면 '밧치기' 정도?)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대 이상으로 멋졌다. 일본 감독과 배우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현실감있고 크고작은 의미들을 담고 있었다. 중간중간 어설프고 생뚱맞은 한국어는 차라리 일본어로 전부 말하는게 오히려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지만, 그래도 연기는 잘 해줬으니까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이 영화는, 조총련계의 사람들이 중심에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념문제 같은걸 다루는건 아니고...
영화 초반 김일성 장군의 사진이나, 학교에 무척 호전적인 문구가 걸려있는 장면 등을 제외하면, 북쪽이든 남쪽이든 상관없는 "좋든 싫든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의 모습이다.
아마도, 저 시절(1968년) 한국 안에서는 이념은 너무도 민감한 이야기였겠지만, 가깝고도 먼 타국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같은 민족일 뿐이다.
그들은 부산에서 밀항해 온 남한 청년을 "이곳에서는 남도 북도 없다"며 아무 꺼리낌 없이 친구로 받아들인다.

영화의 초반부는 소년 폭력 만화 분위기다.
히가시고교 학생들에게 조선고등학교 여학생들이 희롱 당하게 되자, 조선고등학교 학생들이 몰려와 히가시고교의 스쿨버스를 전복시켜 버린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평화로운 관계 회복을 위한 친선 축구시합을 벌이게 되는데.. 이때도 두 학교의 꼴통-_-들 때문에 다시 폭력사태가 벌어진다. 이때, 감독으로 나선 각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대사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일본학교선생: 오늘의 시합은 평화를 위해 싸웁시다!
조선학교선생: ....니들은 죽을 각오로 해라!-_-+

영화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가 여러 개 있지만, 난 특히 저 장면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것 같다. ㅋㅋㅋ

아무튼, 이 친선경기에 참가했던 코우스케(시오야 순)는 우연히 플룻을 부는 경숙(사와지리 에리카)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오빠는 조선고등학교 폭력서클 대장인 리안성(타카오카 소스케)
카리스마 넘치는 그는 히가시고교쪽의 폭력 서클과 마주치기만 하면 격전을 벌이는데..특히 조선고교의 학생들의 '박치기'는 그들의 결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내내 격투장면이 틈틈히 등장하는데, 押忍!(오쓰!) 를 외치는 히가시고교의 폭력서클(가라데 부) 모습도 웃음 포인트.

안성은 일본안에서는 자신의 꿈(국가대표 축구선수)을 이룰 수 없기에, 조선(북한)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그러나, 그의 여자친구 모모코는 안성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상태. 안성이 조선으로 돌아가면 혼자서라도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이다.

코우스케는 경숙의 마음을 얻기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레코드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히피청년 사카자키(오다기리 조)로부터 금지곡 "임진강"을 배워 연습한다.

이 노래, 임진강은 이 영화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귓가를 계속 맴도는 곡으로, 북한의 노래인데 일본 포크그룹 '더 포크 크루세더스'가 번역해서 불렀다고 한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나오자마자 '금지곡'처분을 받았는데, 당시 일본의 학생운동 분위기와 맞물려 '저항운동을 위한 노래'정도의 상징성을 갖게 됐다고 한다.

임진강(イムジン河)
작곡: 고종한 / 작사: 박세영(북한 국가 작사가) - 원곡과 번역곡은 미묘하게 가사 차이가 있음.

イムジン河 水きよく とうとうと ながる
임진강 푸른물결 도도히 흐르고

みずどり 自由に むらがり とびかうよ
물새들 자유로이 무리지어 넘나드네

我が祖國南の地 おもいは はるか
나의조국 남녘 땅 추억은 아득한데

イムジン河 水きよく とうとうと ながる
임진강 푸른물결 도도히 흐르네

北の大地から南の空へ
북녘의 대지에서 남녘의 창공으로

飛びゆく鳥よ自由の使者よ
날아가는 물새여 자유의 사신이여

誰が祖國を二つに分けてしまったの
누가 조국을 둘로 나누었느뇨

誰が祖國を分けてしまったの
누가 조국을 나누어 버렸느뇨

イムジン河空遠く 虹よかかっておくれ
임진강 하늘 멀리 무지개여 뻗어주오

河よ思いを傳えておくれ
강이여 내 마음을 고향에 전해주오

ふるさとをいつまでも忘れはしない
홀로 떠난 고향산천 눈감아도 잊지 못하리

イムジン河水きよく とうとうとながる
임진강 푸른물결 도도히 흐르네

참 멋지고 슬픈 노래다. 한국사람이라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수 밖에 없는..
그시절 일본인들도 좋아했다고 하니 단순하고 슬픈 맬로디는 어떤 마력이 있는것 같다.

영화중간, 경숙은 코우스케에게 나를 사랑한다면 조선으로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조선고교와 히가시고교의 싸움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계속되고, 이 과정에서 조선고교의 재덕(오노우에 히로유키)이 죽는 일까지 발생한다.
안성의 여자친구 모모코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남자친구를 잡지 못하고 혼자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한다.
재덕의 장례식에서, 코우스케는 일본에 강제 징용되어 왔던 재덕의 친척들로부터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전까지 경숙과 코우스케의 교제를 알고있던 그들이지만,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역시나 배척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조선과 일본, 남과 북,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과 화해의 과정을 보여준다.

별다른 기대없이 보기 시작한 영화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났을때의 만족감은 꽤 높았다. 생각없이 펼친 만화책에서 옛날에 숨겨놓은 비상금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특히나 해피엔딩이라서 더 마음에 드는 영화다 :)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지루하지 않고 매끄럽게 진행한 연출 솜씨도 좋았고, 간간히 섞여있는 웃음 포인트나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았다. 감독이나 배우 모두 일본인 이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도  현실감과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설정 그대로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도 문제없을 정도.

난 사실, 이런영화가 있다는 사실도 잘 몰랐는데-_-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 내에서도 개봉했었고) 2편도 나와있다고 하니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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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List

  1. BlogIcon Hoya 2009/07/27 18:2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애 때까지만 해도 에리카는 요정이었었죠...;

  2. attuner 2009/07/28 08:1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2편은 안보시는편이 그감동을 죽 이어갈수 있을것 같은데요...;;

    • BlogIcon 그린B 2009/07/31 08:46 address / modify or delete

      주인공들이 싹 바뀌어서 안그래도 약간 망설여 지네요.
      뭐 꼭 사와지리가 안나와서 그러는건 아..아닙니다!!;;

  3. BlogIcon 도꾸리 2009/07/28 09:18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다시 박치기에 도전해봐야겠는걸요~
    아자아자~

  4. BlogIcon 별바람 2009/07/28 09:36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지금은 요정이 아닌것 같더군요 -_-
    그나저나 박치기라...박치기라...
    마키짱님이 그린B님에게 므흣한 사진을 본다고
    막 화를 내며 박치기하는 모습이 떠오르는것 같아요

  5. BlogIcon 두리미 2009/07/28 11:15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가사가 꽤 좋네요. 잘읽었습니다.

    • BlogIcon 그린B 2009/07/31 08:48 address / modify or delete

      감사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원곡은 또 가사가 약간 다르더라구요. 번역곡은 남쪽의 고향~이지만, 원곡은 그보다는 약간 더 전투적(?) 입니다.

  6. BlogIcon 라시야 2009/07/28 21:46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이 영화 진짜 괜찮아... 아니 괜찮았다는 표현보단 필요한 영화였던거 같아..

  7. BlogIcon 오자서 2009/07/29 10:45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ㅋ~~저런 영화도 있었군요.

    • BlogIcon 그린B 2009/07/31 08:48 address / modify or delete

      한번 보세요~ 개봉 당시엔 저도 일본영화에 흥미가 없어서 몰랐는데..괜찮더라구요 ㅎㅎ

  8. BlogIcon 마키짱 2009/07/29 20:35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박치기2]도 좋아^^그리고[closed note]도 시간 있을때 봐봐ㅎㅎ

    • BlogIcon 그린B 2009/07/31 08:49 address / modify or delete

      closed note? 거기에도 예쁜 여자 나오는거야?- -;;

    • BlogIcon 별바람 2009/07/31 11:19 address / modify or delete

      어허..마키짱님..그린B님이 자꾸 한눈을 파는군요..제대로 혼을 내주셔야될것 같습니다. 뭐..야구방망이..아니 쇠파이프 정도면 정신을 차리겠죠? 남자의 바람기는 초반에 잡아야합니다 ㅋ

  9. 2009/10/21 22:31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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