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소-_-년 그린B

2010년이 밝았습니다.
한해 한해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겠습니까 만은, 올해는 저에게 이래저래 더욱 중요한 시기 같습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여섯이 되는 올 해 1월 1일 - 집을 나와 독립 했습니다.
...사실, 독립이라기 보다는 가출 쪽에 가깝습니다만. -_-;

알뜰한 성격도 아닌데다가, 몇 차례의 임금 체불. 잘못된 투자 등의 핑계로 나이에 비해선 너무도 초라한 통장을 털어 자취방을 구했습니다.

밥그릇과 이불만 있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것인지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더군요. 설 연휴 동안 계속 마트를 드나들며 그릇들과, 비누, 쌀, 양념, 샴푸, 이불.. 이것저것 사서 나르다보니 백만원 가까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알뜰한 성격은 아니죠.-_-
다행히 밥통과 헤어 드라이어 등 몇 가지는 같은팀 분들이 기념품(?)으로 사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그런데, 돈 쓴 티는 안 나니 신기하네요. 3일 내내 열심히 청소 했는데 여전히 지저분한건 더욱 신기하구요;;
어머니를 비롯한 모든 주부님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게 됐습니다.

 

아무튼. 결혼해서 독립해야 할 나이에 가출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 - 특히 아버님께서 반대가 너무 심하십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 본 다음에 반대를 하시는 거라면, 아버님을 설득 하던 마키를 설득하던 어떤 방법을 찾아 보겠습니다만, 일본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보시니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 아버님은 제 또래에 비해 연세가 많으신 편에다가, 무척 완고하신 분입니다.
은퇴 후 몇년째 집안에만 계시더니 더 날카로와 지신것 같기도 하구요.
아버님 나름데로의 아들을 아끼는 방식이겠지만... 저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들로 당신의 논리를 강요하시는 분입니다. 뭐라고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더욱 흥분 하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일은 그저 조용히 듣고 있는 일 뿐입니다.

마키와의 관계를 부모님께 고백(?)한 이후부터, 틈 날 때마다 이렇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는 일. 휴일에 집에서 굴러다니는 일 조차도 곤욕스러운 지경입니다.

아마도, 하나뿐인 자식이 외국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니 서운함과 걱정이 앞서실 테지요.
어쩌면.. 정말 어쩌면, 당분간 일본에 가서 살지도 모르겠다고 하니 더욱 그럴테구요.
(아마도 이게 가장 큰 반대의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것을 알고는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가끔씩 흥분 하게 되고 나름데로 스트레스가 큽니다.

전형적인 경상도 어른이신 아버님과, 바깥에선 간혹 성격 좋다는 소리도 듣지만 집에서는 뻣뻣한 아들인 제가, 이상태로 계속 있어봤자 상황이 점점 악화될 수 밖에 없겠더군요.
이러다가 어느 순간, 저까지 흥분해서 아버님과 부딪히면, 정말 제대로 상황이 꼬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지방에 출장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을 나오게 됐습니다. 네. 도망나온 겁니다.ㅎㅎ

 

어쨌든.
자취방 계약 기간 1년동안 주중에는 혼자 생활하고, 주말에는 집에들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천천히 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가끔씩 만나게 되면, 아버님도 저도 조금은 덜 흥분하고, 서로 이런저런 대화와 생각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게 제 바램입니다.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방 정리해서 돌아 가야겠죠. 출장 다녀 왔습니다~ 하면서 ㅎㅎ
그간의 월세 및 생활 비용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잘 풀리면 그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마키의 부모님또한 제가 그다지 달갑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서로 적은 나이도 아니고,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하나도 없는 외국 남자를 딸이 사귀고 있다는데 좋아할 부모는 없겠지요. 사실 제가 능력이 좋아서 아무걱정 없이 한국에 와서 살라고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고-_- 지금은 그냥 제 한몸 겨우 감당할 능력뿐인 가난한 월급쟁이니까요.

아무튼.

처음 마키를 만났을 때 부터 순탄하게 결혼할 수 있을꺼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만, 현실로 다가오니까 솔직히 조금 겁이 나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제 인생이고, 저는 후회하며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포기는 정말 할 수 있는데까지 모두 다 해  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저의 2010년 계획은..

새해에는 일본어 공부도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 같네요.
돈도 좀 더 아껴써야 할 것 같구요, 일본어 능력시험도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물론, 부모님과의 대화도 더 노력해야 겠구요.
금연이나 금주, 운동. 혹은 재테크나 승진같은 그럴듯한 목표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저와 마키에게 부끄럽지 않은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PS: 더불어 로또 1등도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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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List

  1. attuner 2010/01/06 14:01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오랜만에 들렀는데 제가 했던 비슷한 고민을 하시고 계신는군요.

    사람마다 상황은 다 다르겠지만 제 경험을 비추어 볼때 해결방법은 결국 시간입니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설득하시면 부모님도 승낙하실겁니다.

    저도 허락받기까지 한 3년 정도 걸린것 같네요... 너무긴가.. ? ㅡ_ㅡ;

    암튼 제 여자친구는 어제 한국에 어학연수차 결혼을 대비한 한국 생활 적응차 6개월의 기간을 두고 입국했습니다.

    여자친구는 돌아갔다 늦어도 2달안에 돌아온다고 하길래, 보내는 주는데 저랑 결혼하고 가라고 했습니다.
    ㅎㅎ

    그런데... 36이시라니.. 워낙 동안이시라 상상도 못한 나이네요... ;;;;

    • BlogIcon 그린B 2010/01/07 14:44 address / modify or delete

      3년은 너무 길어요!! 그런데 어쩌면 3년이 지나갈지도..OTL
      아무튼 잘 이겨내시고 해피엔딩(?)으로 가고 계신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화이팅 할께요 :)

      그리고, 사진빨(?)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가까이서 보면 자글자글해요 --;;

    • attuner 2010/01/13 14:02 address / modify or delete

      그린비/언제 여친분 오시면 같이 모여서 노는건 어떨까요? ㅎ

    • BlogIcon 그린B 2010/01/13 15:56 address / modify or delete

      그것도 좋죠!! ㅎㅎ

  2. 강경 2010/01/06 15:2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요새 메신저에 안보인다 했더니만,, 이런일이 있었군.. 흠흠..
    어떤 부모든 간에.. 부모님 눈에는 내자식이 최고 이니깐... 그래서 그러시는 거니..
    너무 속상해 하덜 말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대쟎아.. 시일이 걸려서 그렇지, 언젠가는 이해해 주실껴..
    아무쪼록 힘내시고, 화이팅 하삼..~
    그나저나 어떤 몰골로 살고있는건지 상상이 안되는구려.. ^^;;;;

    • BlogIcon 그린B 2010/01/07 14:45 address / modify or delete

      메신저는 그냥 로그인하기 귀찮아서 안들어가는거야 ㅋㅋ
      가출기념 선물 안줘? 응? 놀러오면 라면은 끓여줄께~

    • 강경 2010/01/08 16:53 address / modify or delete

      가출기념으로 뚜벅이들 벙개를 오빠네 집으로 추진해 보는건 어때? ㅋㅋㅋ 그람, 뭔가 손에 들고 갈지도...~ 후후후...

  3. BlogIcon nixxxon 2010/01/06 23:41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잇쇼니 간바리마쇼!!! ^^

  4. BlogIcon 데굴대굴 2010/01/07 12:2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포기는 배추 셀 때 쓰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제 경우도 몇년 전에는 싫어하는 그런 눈치를 조금 주시던데, 저는 잘 처리했습니다. ^^

  5. BlogIcon 오자서 2010/01/07 13:24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ㅋㅋㅋ 가출을 축하드립니다...^^

  6. BlogIcon 별바람 2010/01/08 10:0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과속(...)을 하시는건 어떻습니까..? 과속앞에 장사없다라는 옛 말이 있..여담으로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남자가 백수 여자는 직장인인데 사고쳐서 결혼에 골인..지금은 남자는 아기 돌보고..여자는 직장다닙니다 ㅎㅎ

    • BlogIcon 그린B 2010/01/10 12:14 address / modify or delete

      정말 멋진 분이군요ㅎㅎ 근데 과속 잘못했다가 면허취소 될까봐서요- -;;

  7. 신민수 2010/01/12 09:47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흠... 연말연휴 전화도 한통 없다 했더니 이런일이 있었구나;;
    흠... 암턴지간에 화이팅해라.. 멀리서나마 응원 보낸다.~~

  8. BlogIcon 마키짱 2010/01/12 22:1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자기야~우리 힘들지만 같이 열심히 하자!우리 괜잖을꺼야!!!!!

  9. BlogIcon 라시야 2010/01/27 13:49 address / modify or delete / reply

    헉.. 큰 결심을 했넹. 하지만 험난하겠다..ㅡ.ㅡ; 자취란.. 독립이란.. 고생길..^^;; 그래도 사랑을 위해!! 힘내서 꼭 허락 받으삼~~~ㅎㅎ그리고 허락받은뒤 고생한거 잊지말고 엄마한테 잘하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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